시험전에 내가 하는 일들..
나는 지금 토목기사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나와 비슷한 계열의 학과에 진학한 사람들은 대부분 따는게 토목기사이기 때문에 엄청난 시험이라고 하지는 않겠다만 그렇게 쉽지도,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냥 적당히 학부수준에서 이해할 만한 정도이고, 공부를 안하고 치기에는 어렵고, 외울게 많은 정도이다.
나는 중학생때부터 시험전에 내가 하는 일이 있다. 아마도 이건 부모님도 잘 모를것 같은데, 나는 시험전에 항상 기록을 한다. 내가 시험전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매번 시험마다 '다음에는 이렇게 안해야지' 해놓고 똑같은 실수(?),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너무 짜증났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때부터 6학년 1학기때까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전부 다 합쳐서 매번 전과목 다합쳐서 1개씩은 꼭 틀렸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험문제들이 어려운게 아니고, 내가 몰라서 틀리는게 전혀 아니었음에도 항상 1개씩 틀렸다. 그래서 매번 나오는 평균이 98.75 나 99였다. (4과목 or 5과목)
이때, 전교 1등을 했어도 많이 화가 났었던게 무슨 수학, 과학에 제일 자신있는 놈이 과학 1번을 틀리나?
이렇게 보면 농담같겠지만 진심이다. 과학1번을 급하게 풀고, 건성으로 풀다가 마킹을 잘못해서 틀리기도 했고 선생님이 그냥 점수 먹으라고 낸 단답형을 틀린적도 있다. 그냥 진짜 이상한 문제를 틀렸다.
그래서 난 중학생 때부터 이런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 더 작은것, 더 세심한것, 그런 자잘하게 실수할 만한것들을 원천봉쇄하려고 했다. 모든 문제를 볼 때 모든 경우의 수 (case by case)를 다 생각하면서 공부했고, 선생님이 혹시나 모를 경우의 수를 시험에 낼까봐 선생님한테 매번 물어봤다. "선생님, 이 부분은 이렇게까지 참고서에 나오기도 하던데 이까지 봐야 하나요? " 등의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은 대학생인 지금도 한다. 교수님께 "교수님 이 부분은 수업시간에 잘 다루지는 않았는데, 교재에는 나옵니다. 혹시 세심하게 봐야 하나요? " 그러면 선생님이건 교수님이건 잘 답변해 주신다. 솔직히 눈치로 먹고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내 습관에 대해서, 자기관리를 위해서 기록하는 부분도 있다.
공부를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항상 이런 마인드가 있다. '아, 이번 시험에 조금 아쉽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혹은 '이 공부만 아니면 다른거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험 끝나면 헬스도 열심히다니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등등' 이런 시험이 끝나기만 하면 다른거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또,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시험기간에 제일 많이한다. 시험공부하면서 '미래에 나는 뭐가 될까? ', '뭐해먹고 살지..?' 라는 생각을 난 제일 많이 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제일 부지런하게 살기 때문에 가장 생산적인 생각을 한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는 순간 해방감에 취해서 즐기기 바쁘고 내가 시험전에 했던 생각들은 미화되기 바쁘다. 그냥 다 까먹는다. 그때의 감정도 다 까먹어 버린다.
그래서 시험 끝나고 기록하면 그 감정이 없어서 제대로 기록해 놓을수가 없다. 이미 시험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난 내 스스로를 조금 더 발전시키려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기록을 한다.
이번 토목기사 실기시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나는 토목기사를 치고나면 토목기사에 관련되 내용들을 다 정리해 놓으려고 한다. 필기 등등. 군대에 가 있는 내친구들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내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학부졸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4년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언젠가 다 까먹을텐데 그게 너무 아쉽다. 책에 찾아보면 어디든 나와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과정, 내가 이해했던 방법,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설명 등 써놓고 싶은게 너무 많다.(그래서 내가 책을 버리지 않기도 한다.) 이번 토목기사 실기를 배경으로 전부 정리해 놓고 싶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할 수 있겠지?
사실 토목기사 합격은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그냥 보험? 정도이다. 사실 떨어지면 다음 시험 치면 된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말따먹기랑 공식암기로 푸는 문제들을 더이상 풀고 싶지 않아서 이번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
이번 시험에서 내가 얻은건 일찍일어나는 습관이다. 일찍 일어나니까 하루가 길다. 계속 일찍 일어나 봐야지..